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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바둑 지고 혼자 울었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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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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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국에서 내리 세번을 진 이세돌 9단이 기자회견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알파고-이세돌 대국 계기로 쓴 논픽션
인간이 쌓아온 가치, AI로 한순간 와르르
문학과 예술·사회 전반에 주는 ‘타산지석’

2016년 3월, 세기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에이아이(AI,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었다. 9일부터 15일까지 다섯번에 걸쳐 이루어진 대결의 결과는 알파고의 4대 1 승리. 대결에 앞서 거의 모든 이가 이세돌 9단의 낙승을 예상했고, 이 9단 자신도 5대 0 또는 4대 1 승리를 장담했던 터였다. 그러나 이 9단이 제4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것이 결국 알파고를 상대로 한 인간의 유일한 승리가 되었다. 다섯번의 대국 내내 “알파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수를 뒀고, 여러 해설자가 이를 실수라고 여겼”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였다. 이 9단 자신도 “왜 졌는지를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결 이후 중국의 커제 9단, 한국의 박정환 9단,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 등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이 알파고나 알파고로 추측되는 AI에게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기보가 공개된 대국 기준으로 알파고는 인간과 74번 싸워 73번 이겼다.”

‘먼저 온 미래’는 작가 장강명이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쓴 논픽션이다. 이세돌 9단은 이 대국의 후유증으로 2019년 프로바둑에서 은퇴했다. “AI라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서 느끼는 허무와 좌절”이 은퇴의 직접 계기가 되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대결 당사자로서 그가 느낀 충격과 좌절이 당연히 컸겠지만, 그것이 이 9단만의 몫은 아니었다. 대국을 지켜본 프로바둑 기사들 역시 그 못지않은 당혹과 공포에 휩싸였다. “귀신한테 홀린 기분”(김효정 3단)이라는 반응은 약과였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이다혜 5단), “모든 게 다 무너지는 (…) 저라는 사람도 무너지는 느낌 (…) 무섭다는 생각”(박병규 9단)을 토로하는가 하면 “집에서 혼자 울었다”(하호정 4단)는 고백도 있었다. 장강명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전현직 프로기사 29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의 발언 중 일부가 이러하다.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자신들이 교과서로 삼았던 기보와 정석들이 AI의 등장으로 무용지물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바둑 기사들은 기존의 대국 기보를 교과서 삼아 익히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실력을 쌓아 왔는데, AI의 수는 그들이 배웠던 정석들과는 전혀 달랐음에도 대국이 끝나고서 보면 결국 승리는 AI의 몫이었던 것. 인간계 최고수의 눈에 보이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 수를 AI가 구사하고 그것이 승리로 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프로기사들은 무력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AI의 바둑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결코 닿지 못할 천상계에서 노니는 듯했고, 인간들은 이제 AI에게 배워야 할 참이었다.

알파고의 등장 이전을 기원전에, 알파고 이후를 기원후에 비유하는 견해도 나왔다. “바둑의 전 영역에 걸쳐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말한 안성문 바둑 전문기자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컴퓨터 앞에서 AI에게 바둑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고, “‘얼마나 인공지능처럼 두는가.’ 이것이 프로기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너나없이 AI를 스승으로 삼다 보니 처음 30~40수는 AI 포석을 암기해서 ‘따다다닥’ 두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풍이라 표현되는 기사 개인별 특성이 사라졌고, 포석의 아름다움이니 바둑의 세계관이니 하는 가치들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이기는 바둑이 절대시 되는 풍조가 자리 잡았다. 현시점 자타공인 세계 최강자인 신진서 9단이 바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삼아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장강명은 주로 소설을 쓰지만, 등단과 기업 공채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2018)과 산문집 ‘미세 좌절의 시대’(2024) 등에서 현실의 문제를 저널리즘의 방식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그가 인공지능이 바둑에 끼친 영향을 단행본으로 쓰기로 한 까닭은 바둑이 놓인 현실에서 문학과 예술을 비롯한 사회 여러 분야의 미래를 미리 엿보았기 때문이다.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썼다. 바둑계에 먼저 온 미래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 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그 미래의 정체다.

문학으로 범위를 좁혀 생각해 보자. AI의 도움을 받거나 아예 전부를 AI가 썼다고 밝힌 소설과 시가 등장한 것이 벌써 여러 해 전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서투르고 조야한 수준이지만, AI 작가가 인간 작가를 따라잡고 뛰어넘는 것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만약 소설을 사람처럼 잘 쓰는 인공지능, 혹은 사람보다 더 잘 쓰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문학계에서도 (바둑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벌어지리라고 나는 예상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있기 불과 1년 전인 2015년 3월 조치훈 9단은 바둑 AI 프로그램 두 종과 대국을 벌였는데, 한번은 넉점을 접어주고서 졌고 또 한번은 석점을 접어주고 이겼다. 그로부터 한달 뒤 조 9단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둑을 컴퓨터에게 지게 될 때, 그때가 인류가 끝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문학을 비롯한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발언이다.

“바둑은 AI에 의해 정복된 것”(김성래 6단)이라는 말에서는 외계인에게 정복당한 지구인의 심정이 느껴진다. 바둑계가 먼저 겪은 미래의 우울한 풍경을 다각도로 그려 보인 뒤, 책 뒷부분에서 장강명은 긴박한 위기감을 섞어 강조한다. 기술 발전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지 말고 “기술에 대한 가치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기술이 가치를 이끄는 게 아니라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는 “인문학판 맨해튼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제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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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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