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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권력은 가도 회장님은 남는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4-05 (목) 14:38 조회 : 15
[표지 이야기]권력은 가도 회장님은 남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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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자정능력 없으면 기관투자가 나서서 재발 방지대책 촉구해야”
ㆍ‘박·최 게이트’ 칼날 비켜간 포스코 KT 등 기업인 여전히 건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반환점을 맞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면 게이트와 관련된 주범과 공범 모두가 유·무죄 여부에 대해 적어도 한 번씩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것이 된다. 이렇게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범법자들에 대한 단죄가 내려지는 동안 게이트의 ‘부역자’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별탈없이 승승장구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재계다.


게이트 문제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 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정도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인들이 수십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사법처리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기업인들에게 최고의 면죄부가 됐다. 아무런 반성이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장님’들이 대다수이고, 변함없이 이사회의 일원으로 재직하는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올 3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는 게이트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열린 정기주총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총수가 직접 검찰에 소환되거나 관련 임원들이 조사를 받은 기업들의 경우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트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작년 3월에도 주총이 있기는 했지만 주·공범들에 대한 기소나 사법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탓에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곧바로 묻기에는 어려운 점이 존재했다.

사법처리만 면하면 승승장구

이런 관측에 비춰 보자면 3월 주총은 ‘싱겁게’ 끝났다. 검찰 조사 결과 게이트에서 ‘금고’ 노릇을 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적게는 몇천만 원이라도 출연한 기업은 53개사다. 하지만 이들 기업 주총 대부분에서는 재단 출연 문제는 이미 옛이야기일 뿐이었다. 총수가 사법처리를 면했다는 이유로 주총에서 게이트 문제는 논란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재단 출연을 결정했던 총수와 그 이사회가 만들어 올린 사내·외 이사 재선임 등 주총 안건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주총을 통과했다.

포스코의 경우 미르와 K스포츠에 각각 30억원, 19억원을 냈다. 합계금액이 49억원으로 오너가 있는 재벌기업인 롯데(45억원)나 GS(42억원)보다도 많아 논란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권오준 회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거액을 출연했다”고 비판했고, 권 회장은 “회사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출연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포스코 이사회도 49억원을 재단에 출연하는 데 동의했다.

권 회장은 과거 그룹 계열사였던 광고회사 포레카를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려 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최종적으로 권 회장을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권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배경 등을 놓고 의문을 제기 중이다.

숱한 의혹과 비판 속에서도 권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주총은 권 회장을 향한 무려 2시간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질의와 공방이 있었음에도 권 회장과 이사회가 올린 안건들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사회가 새 사외이사로 선출한 A이사의 경우 포스코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할 당시 감사위원이었던 경력에 문제제기가 된 바 있다.

포스코만큼이나 부역자 논란을 빚었던 KT 역시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후 순항 중이다. KT의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했다. 출연금을 낼 당시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황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황 회장은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광고회사에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 최씨가 추천한 인물을 사내 광고총괄 임원으로 영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KT는 최근 전·현직 임원들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문제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사내 황 회장의 입지는 굳건하다. 황 회장과 이사회가 주총에 올린 내부 지배구조 개선안과 신규 사외이사 선임건 등 안건 모두가 주총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지배구조 개선안의 경우 KT새노조 등이 “회장과 이사회의 유착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했고,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오른 B씨의 경우 “방패막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변을 만들진 못했다.

오너가 있는 10대 재벌기업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은 재판 중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 중이고, 128억원을 낸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총 직후인 3월 28일 출자구조 재편안을 발표하며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 부응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총수 감시·견제 강화해야

이 방안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그룹 재편과정에서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불투명한 재벌의 경영승계나 사업개편 문제가 정경유착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분명 진일보한 재편안인 것으로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반긴 이유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현대차의 방안이 고질적인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등 재편안에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물산의 경우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주도했던 일부 임원들에 대한 국민연금 등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총에서 모두 이들을 이사로 선임했다. 재단에 111억원을 낸 SK그룹이나 78억원을 낸 LG그룹 등도 오너들이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일부 기업에선 재단 출연금을 냈던 해당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하기도 했지만 책임추궁 차원이라기보단 내부 인사에 따른 결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업 총수들이 게이트 연루 의혹이나 재단 출연금 문제로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을 통해 기업이 재단에 출연금을 낸 행위 자체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출연금을 낸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설사 강요에 의한 기부라 하더라도 회사의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고 정경유착으로 회사의 평판을 훼손한 책임은 작지 않다”며 “총수와 이사회가 회사에 재산적·비재산적 손해를 야기한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무도 책임을 안지고,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도 개선의 여지가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다. 총수를 견제하는 동시에 이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거론되는데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 중 이런 제도를 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법으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말로만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외치면서 뒷전에서는 경영권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해온 재벌기업들의 고질적인 관행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며 “기업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다면 국민연금 등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나서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4&art_id=201804021519581#csidx555d13b533d3622832af79098b40d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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