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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車’ 골프와 포니의 엇갈린 명암, 왜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12-11 (금) 06:17 조회 : 456
폭스바겐 골프(Golf)와 현대자동차 포니(Pony)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골프는 1974년 첫 양산이 시작됐고 포니는 같은 해 첫 모습을 보였다. 특히 두 모델 모두 한 사람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다.

■‘형제車’…골프는 승승장구, 포니는 자취 감춰

그러나 ‘형제車’의 ‘오늘’은 크게 대비된다. 골프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포니는 자취를 감췄다. 일곱번의 진화를 거듭한 골프는 ‘해치백의 교과서’ ‘폭스바겐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지금도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틀을 다졌던 포니는 일찌감치 단종됐다. 최근엔 등록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과거의 유물이 됐다.


 
폭스바겐 골프 Mk1.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골프는 1974년 ‘골프 Mk1’이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됐다. 3도어 해치백의 골프는 1.3ℓ 직렬 4기통에 59마력의 최고 출력을 냈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대 이상(지난 6월말 기준), 단일모델로는 세계 최다 판매 모델이기도 하다.

골프의 인기비결은 뭘까. 골프는 1세대 모델부터 단단한 차체 강성과 주행 성능, 탁월한경제성과 실용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7세대까지 진화해, 국내에는 연비31.2㎞/ℓ(유로 기준)의 1.6 TDI 블루모션 모델이 판매 중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시초가 된 포니는 어땠을까. 포니의 탄생은 국내 자동차 수출신화의 주인공이자 ‘포니정’으로 불렸던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세영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1970년대 초 국내에는 일본산 자동차가 대세였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 조립해서 판매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한국정부는 국산차 양산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정주영 회장의 명을 받은 정세영 회장은 12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고 주지아로를 찾았다. 그리고 젊고 스포티한 자동차의 제작을 요청했다.

1973년 9월 스타일링 디자인에 들어간 주지아로는 이듬해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포니를 출품했다. 1.3ℓ(1238㏄) 엔진의 포니는 최고 출력 80마력, 최고시속 155㎞의 성능을 냈다.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롱 노즈 패스트 백(Long Nose Fast Back·전면이 길고 후면이 짧은)’ 형태를 따랐다. 일본산 미쓰비시 자동차의 엔진을 사용하긴 했으나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로 기록되는 데는 손색이 없었다.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 ‘조랑말’이라는 뜻의 포니는 1990년 1월 단종됐다. |현대차 제공


당시 포니 2대면 서울시내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으나 포니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된 1976년, 포니는 국내 승용차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10만대(수출 2만5000대)가 팔릴 때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포니는 1990년 1월 단종될 때까지 국내·외에서 48만8847대가 팔렸다. 이후 자취를 감춘 포니는 지난달 국내 자동차 산업의 도약과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유물 문화재로 등록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니는 왜 골프처럼 명맥을 잇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시대적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포니가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유 모델이긴 하나 엔진을 비롯한 상당수 부품의 조달을 일본 등에 의지하다 보니 당시엔 명품이라는 평가를 듣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골프처럼 후속모델로 이어지지 못하고 새로운 모델로 교체되면서 단기간에 단종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무관심도 이유로 지적된다. 오래된 모델일수록 클래식카급으로 명성을 다듬고 키우는 외국의 유명 브랜드와 달리 눈 앞의 수익만 쫓는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 한 자동차 전문기자는 “골프와 포니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포니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사라진 유물이 돼버렸다”며 “현대차의 경영진들이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고, 자동차의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포니도 지금 7세대, 혹은 8세대의 진화를 거쳐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현대차를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의미에서 ‘우주인’이라고 부른다”며 “다른 유명 메이커는 오래된 모델일수록 보존하려 하는데 현대차는 역사의 의미를 깊게 다루지 않고 또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니의 유물 문화재 등록 과정에서도 (현대차가 아닌) 정부와 민간이 주도해 성사시킨 점 역시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최근 과거 모델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을 2016년 3월 완공을 목표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 인근에 짓기로 하고 최근 부지 조성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박물관 완공 시점에 맞춰 예전 사랑받았던 모델들을 구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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